<앵커 멘트>

지난 3월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욕설과 비속어 등이 넘쳐나는 방송 실태를 보도했었죠,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 안에 ‘방송 언어 지침’을 내놓겠다고 했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습니다.

방송 언어 지침,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또 갈수록 심해지는 막말 방송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를 보시기에 앞서 방송 언어의 실상을 전달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적절한 어휘 중 일부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던 점,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립니다.

<리포트>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한글날’ 특집 방송입니다.

<녹취> MBC 무한도전(2014.10.11.) : “안녕? 난 ‘난닝겐’은 아니지만, 어쨌든 오늘 만나게 된 건 ‘개이득이야’. ‘헐랭’! ‘문상’은 꼭 전해줄게. ‘ㄱ ㄷ ㅎ(기다려)'”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를 알아보는 내용입니다.

<녹취> KBS 해피투게더(2.6.) : “(‘낄끼빠빠’가 뭔지 아세요?)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아~장미단추! 장거리 미인, 단거리 추녀…”

<녹취> tvN ‘문제적남자'(6. 18.) : “나 어제 ‘여사친’이 ‘여소’ 해줬어. ‘심멎’ 당해서 어제 또 만나려고 전화했는데, 나보고 ‘고답’이래.” “이건 어르신들이 보기에도 좋겠는데요? 요즘 친구들과 소통하려면…”

최근 ‘신조어’ 배우기가 예능에서 하나의 소재가 되면서, 방송 언어로 부적절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녹취> tvN ‘코미디 빅리그'(8.23 , 10.11) : “나 기분 잡침, 개잡침!…노잼, 노잼! 핵노잼!”

‘개’와 ‘핵’을 붙여 심한 정도를 나타내고, 영어 ‘노(no)’를 앞에 붙여 “망쳤다”,”재미없다”는 말을 강하게 표현하는 신조어입니다.

<녹취> MBC’일밤-복면가왕’ : “아마 역대급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처럼 어원을 알 수 없는 표현도 있습니다.

모두 어법에 어긋나는 말입니다.

욕설은 더 심각합니다.

미디어인사이드가 올 들어 9월까지 방심위의 방송언어 관련 제재 사례 38건을 분석했더니, 27건이 욕설과 비속어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Mnet’쇼미더머니 코멘터리'(6.23/출연자) : “(욕해도 돼요?) 편하게 해주세요. 저희가 처리해드릴게요.”

청소년 보호시간대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효과음으로 처리한 욕설이나 욕을 하는 장면 등을 반복적으로 방송해 징계 최고 수위인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한 회, 한 코너에서만 13번의 욕설이 나와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라디오 진행자들이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반말, 비속어, 은어 등을 사용해 제재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욕설을 연상시키는 발음이나 단어를 사용해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방송 언어의 문제점이 심각해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방송 언어 지침’을 내놨습니다.

이 지침에서 모든 방송에 적용되는 3가지 항목은, 첫째. 정확하고 올바르고 쉬운 표현을 쓰고, 둘째. 시청자가 불쾌할 수 있는 욕설과 비속어, 저속한 조어나 은어, 그리고 외국어는 사용에 신중할 것, 셋째. 편견을 조장하거나 조롱·모독하는 차별적 언어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시사보도, 연예오락, 코미디 등 10개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세부 지침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코미디’ 부문은, “풍자나 해학이라고 해도 차별적 언어는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중하고, 외모의 약점을 소재로 할 경우 지나치게 인신공격적으로 다루지 않도록 하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코미디 방송은 어떨까요?

<녹취>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8.30) : “막 피부 더러워가지고 완전 비호감 괴물처럼 막.웩!웩! 강현아, 네 얘기야.”

<녹취> tvN ‘코미디빅리그'(4.19) : “어디서 ‘오징어’같은 게 ‘갑툭튀’해서… 네 얼굴이 ‘노답’이야…”

방청객의 외모를 공개적으로 비하하기도 합니다.

<녹취> tvN ‘코미디 빅리그'(8.23) : “너 얼굴 살려야 돼. 너 얼굴이 많이 아파. 엄마 닮았니, 아빠 닮았니?”

‘리얼 버라이어티’ 분야도 마찬가집니다.

<녹취> MBC 무한도전(3.28) : “싼 티 너무 난다.”

<녹취> KBS 1박2일 (5.3) : “몰아! 야, 돼지 잡자!”

이번 방송언어지침에서는 출연자들의 친분에 따라 사적인 호칭은 가능해도, 지나친 인신공격나 차별, 비하는 자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안주식(한국PD연합회장) : “여러 가지 경쟁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다보니까 방송 막말이라든지 좀 고압적인 태도로 토론을 진행한다든지, #0132 연예인들끼리 막말을 좀 비하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좀 과열된 측면도 있었단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연출자들이 좀 반성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또 유아프로그램은 각별히 시청자 나이에 맞는 어휘를 쓰고,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에 유해한 표현에 신중하도록 했습니다.

<녹취> 투니버스 ‘공룡킹어드벤처2′(2.10.) : “당연한 걸 왜 물어봐, 이 ‘뚱띵아!'”

이처럼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거나, 외모를 인신공격적으로 조롱하는 표현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도 발견됩니다.

<녹취> 방심위 제5차 보고서(2015년 3월) : “유아기는 언어폭발시기라고 할 만큼 언어가 발달하고, 어린 시절의 언어 경험은 이후의 사회화와 의사소통 능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가치관 형성에도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 있어야 하겠다.”

이처럼 방송언어가 중요한 것은 시청자,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심미선(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텔레비전의 많은 연구들이 기본적으로 TV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들의 가치관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될지 돈을 어떻게 벌어야 될지, 또 남녀관계에서 어떤 관계를 맺어야 될지 이런 것들을 학습하는 것은 TV라는 거죠.”

특히 요즘 방송 프로그램은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고, 자막이 많이 쓰이는 특징이 있어 제작진의 주의가 더 필요합니다.

<인터뷰> 강경림(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연구원) : “오류를 자막에서 다시 한 번 노출하는 경우에는, 예를 들어서 차별적인 표현이나 비하하는 표현을 한 번 더 그대로 언급하면 사람들한테 써도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자막은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 번 잘못된 표현은 재방송과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 반복, 확산되기 때문에 바로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동준(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 “모바일이나 PC를 통해서도 소비하는 콘텐츠는 대부분 방송이거든요. 그렇게 때문에 방송 콘텐츠 언어는 굉장히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초창기에 바로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가선 걷잡을 수 없는, 더 이상 제재할 수 없는 그런 상황까지 갈 수 밖에 없는 거죠.”

이번에 관련 지침을 만들고 방송사들까지 협력을 선언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평갑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구체성도 떨어져, 제작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올바른 방송언어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침이나 규제도 중요하지만, 방송사와 제작진, 출연진 스스로 방송언어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고려해 바른말을 쓰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