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의 ‘핵’은 ‘풍상씨’였다. 한평생 가족들을 위해 희생을 하고 살아온 이풍상(유준상 분)이 더 잃을 것이 없는 막다른 곳으로 몰리면서, 그 안에서 진정한 가족애를 되찾아가는 과정은 수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문영남 작가의 밀도 있는 이야기는 진형욱 감독의 섬세한 연출, 독기 품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왜그래 풍상씨’로 꽃을 피웠다.

특히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배우 유준상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감당하기 벅찬 현실 속에서도 동생들에게는 오로지 ‘무한 사랑’를 베풀며 ‘동생 바보’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여기에 가족들에게 외면받을 때의 허탈함, 베푼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 때의 부채감, 그럼에도 동생들을 애틋해하는 풍상씨의 마음은 유준상이 연기했기에 그 감정이 오롯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데뷔 25년 차인 유준상에게도 ‘왜그래 풍상씨’는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첫 리딩 후에는 문영남 작가에게 연기 지적을 받았고, 극 초반에는 대본 리딩 후 ‘방과 후 수업’을 받기도 했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지만 싫진 않았다. 오히려 문 작가가 그린 진짜 풍상씨와 자신의 연기를 맞춰가는 과정이 즐거웠다는 그다.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유준상, 천생 배우인 그를 뉴스1이 만났다.


– ‘왜그래 풍상씨’가 화제 속에 종영했다.

▶ 부산에서 쫑파티까지 하고 나니 끝난 게 실감이 난다. 다음날이 되니 바로 동생들이 보고 싶더라. 동료들과 정말 잘 지냈다.(웃음)

– ‘왜그래 풍상씨’가 KBS의 수목극 암흑기를 끝냈다.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지 않나.

▶ KBS에서 여러 작품을 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KBS에 와서 작품이 잘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좋다. KBS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잘해주시더라.(웃음) 그럴 때마다 드라마가 잘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 드라마 출연 결심 계기가 궁금하다.

▶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 대본이면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지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정말 풍상씨한테 푹 빠졌다. 첫 리딩이 끝나고 회의를 하면서 코디네이터에게 미안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쉬라고 했다. 그다음에 드라마 팀에 이야기를 해서 처음 입었던 의상을 끝까지 입고 싶다고 했다. 정말 그 옷을 계속 입어서 나중에는 시청자들이 그만 입으라고 할 정도였다. 사실 같은 옷이 두 벌씩 있었지만.(웃음) 손톱에는 기름때가 끼고, 장갑도 안 끼고… 그럴 정도로 풍상씨에 빠져서 연기했다.

– ‘왜그래 풍상씨’의 인기 요인은 뭘까.

▶ (이야기를 쓰는) 작가님의 의도가 명확하고, 우리 배우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불살랐다고 할 정도로 고군분투했다. 누구 하나 현장에서 소홀히 연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은 7~8명의 배우들이 모여서 대본 12페이지 분량의 촬영을 하는데, 단 한 명도 NG를 내지 않았다.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고, 감독님도 ‘이런 배우들은 처음이라며 놀랐다. 연극을 보는 줄 알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때 드라마가 잘되겠다고 생각했다. 극 초반에는 나를 비롯해서 몇몇 배우들이 ‘방과 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지만 죽을힘을 다해 연기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대본 리딩도 다 했다. 미니시리즈는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중간에 대본 연습을 하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오전에 촬영을 하고 리딩 했다가 오후에 또 촬영하고 그랬다. 감독님과 작가님은 중간부터 안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배우들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해서 한 거다. 다들 독기 품고 했다.

– ‘방과 후 수업’을 했다는 말을 했는데, 데뷔 25년 차 배우로서 그런 일이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 아니다. 첫 리딩이 끝나고 작가님이 ‘풍상아 이러면 안 된다. 나랑 만나자’라고 하셔서, 3~4시간 동안 대본 연습을 했다. 당시 해외 일정이 있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대본 연습을 했다. 그 다음 리딩 때는 울면서 대사를 읽고 그랬다. 나는 오히려 작가님이 연기에 대해 지적해주시는 게 감사했다. 작가님이 이야기를 정확하게 아시지 않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던 내 연기를 진짜 풍상이와 맞춰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또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 이번 드라마를 통해 ‘눈물의 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는데.

▶ 어느 순간에는 그냥 동생들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오더라.(웃음) 대본에 정교하게 지문이 쓰여 있었다. 사실 대본으로 읽을 때와 연기로 표현할 때 느낌이 다른데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신경 써주셨다.

– 동료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 너무 좋았다. 스태프들이 동미와는 진짜 부부 같다고 하더라. 하루는 동미가 목소리가 안 나와서 괴로워하는데, 내가 약을 이것저것 주고 발성연습도 시켜줬다. 그 모습을 본 스태프들이 부부 같다는 말을 하더라. 동미랑은 서로 잘 만났다고 그랬다. 박인환 선생님은 정말 대단했다. 하루는 내가 화장실에 갔는데 안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알고 보니 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대본을 외우고 계신 거다. 70세가 넘은 선생님께서 NG를 안 내려고 노력하시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쫑파티 때 선생님이 ‘고맙다. 너희들이 독을 품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더라.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오래 버티며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 팀원들끼리 전우애도 생기고 더 끈끈해졌겠다.

▶ 그렇다. 같이 작품을 하고, 시청률 공약으로 봉사활동도 함께 가고 한 3개월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에 포상휴가를 부산으로 간 것도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다 같이 여행을 가기 위해 그런 것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사진출처: 나무엑터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