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모두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민족 최대의 명절

때는 음력 섣달그믐, 마침 창밖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데, 어머니는 갓 쪄낸 가래떡을 잘라 떡국 끓일 준비를 하시고, 고사리와 도라지 시금치 같은 온갖 나물을 고소한 참기름에 무쳐내고 조기와 북어, 산적과 토란국 같은 산해진미로 제수음식을 정성껏 만듭니다. 동백꽃처럼 어여쁜 누나는 엄마 곁에서 음식 만들기를 돕거나 고운 설빔을 만드느라 밤을 지새웁니다. 덩달아 신이 난 아이들은 설 상을 차리는 어머니 곁을 괜히 빙빙 돌면서 고소한 빈대떡을 한 점 먹어보기도 하고 슬쩍 밤과 대추 곶감 같은 과일도 볼에 집어넣습니다.


새해가 밝으면 조상님들께 정성껏 차례를 올리고, 풍성한 제수음식을 배터지게 먹고 세뱃돈까지 두둑하게 받은 아이들은 눈부신 설빔을 차려입고 동무들과 들판으로 나갑니다. 산과 들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였고 늠름한 방패연과 꼬리연은 거침없이 푸른 창공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찬란한 새해 첫 태양은 방패연 위로 설원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아이들도 애기까치가 되어 하늘로 두둥실 날아오릅니다.

설 명절을 맞는 정서와 풍경을 노래한 시가 무수히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김종해 시인의 이 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정말 설날은 해가 가고 달이 바뀌면 저절로 찾아오는 날이 아니라, 언제 불러보아도 목이 메는 어머니가 빚어 주신 날입니다. 눈이 내려 눈부신 날이 아니라 아이들이 방패연을 띄워 올려 눈부신 날입니다. 아이들도 저 혼자 하늘로 뛰어오르는 날이 아니라 어머니가 그 사랑의 햇살로 아이들을 하늘로 끌어 올려주시는 명절입니다.

물론 지금이야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이런 그림 같은 설 풍경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이런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의 가슴 속에는 여전히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